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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12호

오로라 배경
밤하늘 아래서 찾은
삶의 진정한 행복
CU가 만난 사람
글. 한율 사진. 정우철
밤하늘 아래서 찾은

삶의
진정한 행복

권오철 천체사진작가

인간에게 꿈은 거창할 수도, 소박할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고단함을 견디게 해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꿈을 쫓기가 쉽지 않다. 광활한 미지의 공간과 총총 빛나는 밤하늘의 신비로운 광경에 빠져 10년 동안 천체사진작가의 꿈을 키운 권오철 작가. 별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걸어온 그의 모험 같은 이야기를 만났다.

권오철 천체사진작가
행복한 우주 먼지를 꿈꾸다!

권오철 사진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전업 천체사진가다. 그는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다양한 천문 현상을 촬영한다. 미국 NASA의 ‘오늘의 천체 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선정된 최초의 한국인이자, 세계적인 천체사진가들로 구성된 TWAN(The World At Night)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 천문의 해 2009’의 특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천체사진에 입문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한 후였다. 그는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하며, ‘어떤 사진이 좋은 천체 사진일까?’ 고민했다.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해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된 삶을 누리면서도 별에 대한 그의 애정과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러다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2009년 12월,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가는 ‘오로라 원정대’에 참여하게 된 것.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오로라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세계적으로 ‘오로라의 수도’라 불리는 곳이다. 직장인으로 살아오면서 오로라에 대한 로망을 간직했던 그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는 그곳에서 큰 자극을 받는다.

“참여하신 분들이 다들 작가나 프리랜서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분들이었습니다. 저만 회사원이었어요. 문득 회사가 경제적 안정을 주지만 행복까지는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주를 보면서 ‘광대한 우주 아래서 인간은 참 무의미한 존재가 아닐까? 인간은 결국 우주 먼지이고, 어차피 나도 우주 먼지라면, 행복한 우주 먼지가 되자’고 생각했습니다.”

‘행복한 우주 먼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결과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곤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천체사진을 찍겠다고 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무모한 모험’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무모한 모험은 두려움 속에서 나아가는 것이지만, 그에게는 두려움이 없었다.

천체사진 촬영 중인 권오철 천체사진작가
©권오철
별을 찾아 떠나는 여정

전업 천체사진가로서의 첫 출발지는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였다. 적도 지방에 있는 킬리만자로에서는 별과 해가 수직으로 뜨고 진다. 그곳에서 별의 일주 사진을 찍는 건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는 열흘 동안 킬리만자로에 있으면서 산을 두 번이나 올랐다. 동쪽으로 한 번, 서쪽으로 한 번 오르면서 그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킬리만자로의 밤하늘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킬리만자로는 차로 접근할 수 없는 산이라서 걸어서 올라야 합니다. 걷지 않으면 낙오될 수밖에 없습니다. 캠프에 도착하면 신발을 벗을 수 없을 정도로 발이 퉁퉁 부어 있었어요. ‘다음날 내가 과연 다시 출발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아침만 되면 다시 신발을 신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제게는 가야 할 목표가 있었으니까요.”

천체사진은 천체가 보이는 곳까지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은하수를 찍고 싶다면 은하수가 잘 보이는 장소에 가야 하고, 개기일식을 촬영하고 싶다면 그 현상이 일어나는 곳에 가야 한다. 90%는 장소의 선택이고, 나머지 10%는 카메라와 날씨가 좌우한다. 특히 오로라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화려하게 휘몰아치는 순간을 만날 때까지 끈기와 인내심으로 버티며 기다려야 한다.

물론 그가 떠나는 여정에는 어마어마한 고통이 따른다.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를 세 번 타는 것이 기본이고, 바퀴달린 가방에 40kg이 넘는 장비를 끌고 다녀야 한다. 미국 유타주 사막에서 촬영할 때는 그늘이 전혀 없는, 모래 온도가 40~50도에 달하는 사막을 혼자서 차에 의지해 며칠씩 돌아다녔다. 서호주에서는 카메라 세 대를 이곳저곳에 설치하느라 40시간 동안 잠도 거의 못자고 촬영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떠나는 일 자체가 모험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저는 제가 향해야 하는 곳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철저히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가고자 하는 곳을 늘 생각하며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머릿속으로 카메라를 조립하고 셔터를 누릅니다. 그러면 필요한 것들이 순차적으로 떠오르죠. 마치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듯,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위험한 일이 없습니다.”

권오철 천체사진작가 카메라와 수첩
밤하늘의 경이로움을 전하는 행복

카메라 기술의 발전으로 사진의 질도 날로 향상하고 있다. 천체사진 분야에서는 기술적 진보가 매우 중요하다. 카메라 성능이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계속해서 더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밤하늘을 더 실감 나게 만들 방법을 연구하며 쫓아다니고 있어요. 신비롭고 경이로운 밤하늘을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죠. 그래서 VR(가상 현실)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제가 느낀 밤하늘의 생생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게 천체사진작가인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사진작가가 천체사진을 찍게 된 건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그 스스로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으로 지금의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저는 삶 자체가 모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은 우연에 많이 좌우되죠. 사실 제가 별에 빠지게 된 것도 고등학교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별자리 안내서 덕분이었습니다. 하물며 그 책은 제가 산 게 아니라 제 짝이 샀었죠. 이 우연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입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우연을 만나지만, 대부분은 그냥 스치고 지나갑니다. 똑같은 일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일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모든 순간이 모험입니다.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하면 행복을 느끼는지를 끊임없이 물으며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우연이 필연이 되기도 하니까요!”

천체사진은 이제 권오철 사진작가의 삶의 전부이자 운명이 되었다. 그의 삶은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데 집중돼 있다. 그리고 그는 끝없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오로라 사진
©권오철

“모든 순간이 모험입니다.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하면
행복을 느끼는지를 끊임없이 물으며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우연이 필연이 되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