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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10호

디지털 뱅크런 배경
고객들의 예금 인출 대탈주극
디지털 뱅크런
CU 금융
글. 편집실

은행의 경영 상태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었을 때,
은행이 고객의 신뢰를 잃었을 때 고객은 그동안 예금했던 모든 돈을 인출한다.
이와 같은 인출 요구가 단기간에 빗발치는 사태를 ‘뱅크런’이라고 지칭한다.
모바일 뱅킹 시대가 열리면서 최근에는 ‘디지털 뱅크런’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이번 〈CU 금융〉에서는 디지털 뱅크런에 대해 알아본다.

디지털 뱅크런, 손가락 끝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예금 인출

지난 2023년 3월, 미국의 은행 중 하나인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했다. 파산에 이르기까지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36시간 만에 모든 것이 종결되었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은행이 부실했던 걸까. 2022년 기준 실리콘밸리은행의 총자산은 한화로 약 276조 5,000억 원, 총예금은 한화로 약 232조 1,000억 원이었다. 당시 미국 전체 은행 순위 16위로, 미국의 스타트업 중 약 44%가 고객이었던 만큼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은 은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고객이 예금한 돈을 주로 미국 국채, 주택저당증권과 같은 장기 자산에 투자했다. 그러던 중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서 기업들이 맡기는 예금이 줄어들었고 인출은 늘어났다. 실리콘밸리은행은 기존에 구입해 둔 미국 국채를 팔아 이러한 인출 요구에 대응했는데, 2022년 채권 가격이 폭락하며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2023년 3월 8일 실리콘밸리은행은 미국 국채로 구성된 증권 매각에 따른 손실과 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고객들은 이를 위험 신호로 받아들였다. 빠른 속도로 예금 인출 요구가 빗발쳐 하루만에 420억 달러가 인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실리콘밸리은행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져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즉 뱅크런은 은행이 생긴 이래 늘 있어왔던 일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이 다른 뱅크런 사례와 다른 점은 ‘디지털 뱅크런’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에 문제가 생겼음을 SNS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감지하고 은행으로 직접 찾아가는 게 아니라 현재 앉아 있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했다.

신협, 비금융 서비스로 디지털 뱅크런 예방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뱅크런의 속도가 일반 뱅크런의 100배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대기시간 없이 자금을 옮기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디지털 뱅크런 리스크 예방이 현 금융권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특히 모바일 뱅킹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뱅크런 예방을 위한 방안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협 또한 단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고 있어 디지털 뱅크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신협은 디지털 뱅크런 사태를 예방하고자 예금자보호제도 운영, 실시간 예금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맞춤형 자금운용 계획 수립, 유동성 지원 확대, 비대면 채널 이용시간 제한, 부실채권(NPL) 매입 회사 설립 등 제도적 지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협은 여기에 더해 ‘비금융 서비스’를 강조했다. 지난 7월 25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4 세계신협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뱅킹의 위험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비금융 서비스는 강력하고 즉각적인 방안은 아니지만 꾸준히 지속할 경우 조합원과의 신뢰 관계 증대로 디지털 뱅크런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신협에서 이야기하는 비금융 서비스의 한 예는 ‘문화센터’다. 문화센터 혜택을 위해 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예금, 보험 등 금융 서비스로 확대하며 자산 성장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신협에 대한 유대감을 느끼고, 이는 고객 충성도 제고로 이어져 뱅크런이 발생할 때 이탈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 비금융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재정적인 조치들로만 채울 수 없는 격차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당면한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 뱅크런 체크포인트 - 이하 참고
디지털 뱅크런 체크포인트 - 이하 참고
1.디지털 뱅크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뱅킹을 통해 은행의 예금을 대규모로 인출하는 현상.
2.디지털 뱅크런 사례
2023년 3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사례. 거래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출금하여 하루만에 420억 원 달러가 인출되는 일 발생. 이후 보유 자금 부족으로 파산.
3.신협의 디지털 뱅크런 예방 방안
1. 제도적 지원 예금자보호제도 운영, 실시간 예금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맞춤형 자금운용 계획 수립, 유동성 지원 확대, 비대면 채널 이용시간 제한, 부실채권(NPL) 매입 회사 설립 등. 2. 비금융 서비스 신협 문화센터 운영 * ‌조합원과의 신뢰 관계 증대가 유대감 형성과 충성도로 이어져 뱅크런 발생 가능성 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