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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8호

나무 도마 만들기 배경
나무 도마 만들기 클래스
함께 성장하는 친구,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우정
힘이 되는 벗
글. 송지유 사진. 고석운 영상. 성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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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도마 만들기
(왼쪽부터) 남청주신협 전진실 서기보, 경기치과의사신협 주대성 사원

대학 친구이자 신협 선후배인 전진실 서기보와 주대성 사원.
오래 알아온 시간만큼 현실적인 조언부터 힘들 때면 위로하고 꿈을 응원하며 늘 서로에게 힘이 되는 벗이다.
최근에 독립하여 자취하게 된 전진실 서기보를 위해 주대성 사원이 나무 도마 만들기 클래스를 신청했다.
뚝딱뚝딱 나무 도마를 만들며 우정도 더욱 진하게 각인한 체험 현장을 함께 한다.

대학시절 절친에서 입사 선후배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무더위를 식혀주는 주말. 서울 성수동의 한 골목에 자리한 한 목공예 공방에 ‘위잉~’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한창이다. 경기치과의사신협 주대성 사원, 남청주신협 전진실 서기보가 나무 도마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건조시킨 제재목은 휘어 있기 때문에 도마로 만들기 위해서는 목재의 수평을 잡아야 해요. 제일 먼저 수압대패로 목재의 한쪽을 평평하게 만들고, 다음은 자동대패로 반대쪽 면을 평평하게 깎을 겁니다.”

강사의 시범을 보고 두 사람은 휘어진 안쪽 면부터 평평하게 만든 후, 반대 면도 기계로 밀어 넣기를 반복하며 양쪽 면을 모두 평평하게 만들기에 집중했다.

“진실이랑 저는 대학 때 친구의 친구로 만나서 셋이 엄청 친하게 지냈어요. 신협에 들어오게 된 계기도 진실이 덕분인데요. 제가 오래 준비하던 꿈을 포기하게 됐을 때, 진실이가 신협을 추천해 줘서 입사를 준비해 들어오게 됐습니다. 늘 고마운 진실이가 이번에 자취를 하게 되어서 요리에 필수 도구인 도마를 만들면 좋겠다 싶어 클래스를 신청했어요.”

둘의 우정은 참 재미있다. 주대성 사원이 군입대했을 때 여자친구가 없었던 터라 전진실 서기보가 편지도 많이 쓰고 챙겨줬다. 그 덕분에 훈련소에서 편지를 제일 많이 받은 훈련병이 되었을 정도라니. 그렇게 학교에서 나눈 우정은 졸업 후 직장으로도 연결되었다.

“스무 살 때 만난 친구와 신협에서 함께 일하고 있으니까 너무 신기해요. 대성이가 평소에 표현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클래스를 신청했다고 해서 놀랐고, 해피스토리에 저희가 나오게 되어 너무 좋았어요.”

전진실 서기보는 오랜 우정을 생각하며 해사하게 웃었다.

경기치과의사신협 주대성 사원
싱그러운 나뭇잎, 귀여운 곰돌이 도마

어느덧 평평해진 나무에 자신만의 디자인을 해야 할 순서가 되었다. 전진실 서기보는 조합원에게 선물 받은 향나무 컵받침이 떠올라 나뭇잎 모양으로 하기로 했다. 여름에 어울리는 싱그러운 느낌도 있어 더 좋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주대성 사원은 귀여운 곰돌이 모양 도마를 만들기로 했다. 처음엔 네모 반듯한 일반 도마를 생각했지만 공방에 들어오니 곰돌이 모양이 눈에 들어왔단다. 그렇다면 이것은 운명이다.

“와, 벌써 완성된 결과물이 기대돼.” “근데 고양이 같기도 하고 곰돌이 같기도 한데, 고양이가 나을까, 곰돌이가 나을까?” “곰돌이가 낫지. 너랑 곰돌이가 어울리는 것 같아.” “그래, 곰돌이 오케이.” 서로의 디자인을 봐주며 연필로 모양을 그리는 두 사람이다.

스케치를 마친 다음엔 밴드쏘라는 길고 가느다란 절삭톱을 천천히 움직여 재단을 하기 시작했다. 나무를 방향대로 움직이자 긴장됐던 모습과 달리 잘 따라 하는 전진실 서기보. 너무 재미있었다며 한껏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다음은 곰돌이 도마를 재단할 차례다. 곰돌이는 난이도가 높다는 강사의 설명에 주대성 사원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듯했다. 귀 모양 안쪽 네 군데에 각이 들어가 있어서 톱날을 꺾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번 나눠서 가공해야 한다. 초보자 입장에선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어려운지 모르고 골랐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기회에 어려운 걸 해봐야죠.”

재단을 마친 후 도마 각 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까지 마쳤다. 도마가 제법 완성된 모습을 갖추었다.

나무도마 제작
나무도마에 글씨넣기
고마운 친구, 힘이 되는 벗

나만의 도마를 만드는 데 있어 화룡점정이라 한다면 인두로 목재를 태워 나의 시그니처를 각인하는 것. 두 사람은 어떤 모양으로 각인할지 고민하며 인두 사용법 연습에 들어갔다. 주대성 사원은 곰돌이 모양에 맞게 눈과 코를 각인하기로 하고, 전진실 서기보는 ‘진실’이라는 자신의 이름에서 영문을 따 ‘True’를 새기기로 했다. 워낙 뜨거운 도구를 사용하는 만큼 원하는 그림과 글자를 새기는 동안 숨이 자연스럽게 멈추었다. 이렇게 각인까지 마치니 이제 끝이 보인다. 오일 마감 작업을 끝으로 드디어 도마 완성. 완성된 도마를 들고 두 사람은 너무 만족스럽다며 환하게 웃는다.

“너무 재미있었고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어요. 제 곰돌이 도마의 이름은 ‘뚝딱이’로 하려고요. 뚝딱뚝딱 거리면서 도마를 만들어서요. 그런데 도마가 너무 귀여워서 잘 쓰지 못할 것 같아요. 나중에 세 친구가 모이는 자리가 생기면 그때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며 주대성 사원이 소감을 전했다. “오늘 대성이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저희는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이 생기면 들어주고 응원해 주면서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이인 것 같아요. 대성이랑 신협에서 오래오래 같이 의지하면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전진실 서기보의 말처럼 서로가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두 사람. 굳은 신뢰와 돈독한 우정으로 성장하는 두 친구의 모습이 푸르른 나무처럼 싱그럽다.

서로를 바라보며 나무도마 만드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