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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8호

노진주씨 배경
하루의 틈 그 사이에 집밥 한 끼
여유를 즐기는 시간
CU가 만난 사람
글. 편집실 사진. 홀썸모먼트 제공
하루의 틈

그 사이에 집밥 한 끼

여유를
즐기는 시간

요리 인플루언서 홀썸모먼트
노진주

‘밥 먹는 시간만이라도 편히 쉴 수 있게 해주세요!’ 우리에게 밥이란 그런 거다. 나만의 여유를 갖는 시간. 그 밥이 주는 여유를 ‘집밥’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다. SNS에서 건강한 집밥 레시피를 공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홀썸모먼트 노진주 씨다. 집밥이 귀하면서도 한편으론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요즘 시대에 그의 집밥 예찬론을 들어보았다.

걸어가는 노진주씨
 
요리하는 모습
집밥의 여유, 즐기고 계신가요?

아직은 모두가 자고 있는 아침. 집에서 가장 먼저 눈을 뜬 노진주 씨가 부엌의 불을 켜고 냉장고를 여는 순간 부엌도 잠에서 깨어나 식구들을 맞이할 준비에 동참한다. 통통통 재료를 써는 소리, 달그락달그락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 보글보글 냄비 안에서 재료가 끓는 소리. 몇 단계가 슥슥 거치면 금세 아침밥이 완성되고, 가족들이 식탁 앞에 둘러앉는다. 그가 사랑하는 부엌의 모습이다.

노진주 씨가 매일 집밥을 만든다고 하면 돌아오는 답이 있다. “너는 여유가 많은 가봐?” 하지만 그가 집밥에 눈을 돌린 건 건강이 가장 첫 번째 이유였다. 불안증세를 안고 사는 자신과 더불어 장이 약한 남편, 예민한 기질을 가진 아들. 어떻게 하면 나아질까 고민하던 참에 매일 먹는 음식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했다. 자연스레 먹거리에 꽂혔고 음식에 대해 깊게 공부하면서 집밥을 통해 식단의 주도권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집밥을 만든다는 건 하루의 리듬을 정돈하고 장기적으로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집밥을 만드는 여유를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에게 집밥이 주는 여유란 시간이 많아서 하는 부가적인 집안일이 아니라 나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심신이 건강할 미래의 나를 위해 응원을 보내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에요.”

집밥에 유난 좀 떨면 어떤가요?

유난하다. 노진주 씨의 집밥에 대한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무엇보다 재료에 대한 고집이 확고하다. 모든 집밥 재료에는 글루텐, 초가공식품, 정제설탕,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나 흔한 재료이고, 빨리 음식을 만들기에도 좋은 재료이거니와 큰 어려움 없이 맛을 내기에도 제격이지만 기꺼이 포기했다. 대가 없는 보상은 없다는 게 그의 답변이다.

“우리의 몸이 편한 만큼 어디선가 그 대가를 치러요. 대부분이 건강 악화로 이어지더라고요. 최근 연구에서도 초가공식품이 장기적으로 대사질환과 질병의 주범이 된다고 알려주고 있어요.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밀가루, 정제설탕, 유제품은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고 장 건강을 해치는 요소들이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기보다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 네 가지 식재료를 레시피에서 제외했어요.”

이렇게 유난하고 까다로운 것에 비하면 조리과정은 굉장히 간단하다. 5단계를 넘지 않는다는 것 또한 그의 집밥 철칙이다. SNS 팔로워를 대상으로 ‘집밥 만들기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조사했는데, 대부분의 답변이 ‘시간이 부족해서’와 ‘요리 실력이 없어서’였다. 그래서 노진주 씨는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집밥 레시피를 더더욱 알리고 싶었다.

“손놀림이 화려한 셰프들을 다양한 채널에서 자주 접하는데요. 그래서 특출난 센스가 있어야 맛있는 요리가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집밥 요리를 하면서 느낀 건 식재료를 최소한으로 건들수록 더 맛있는 요리가 완성된다는 것이었어요. 최소한의 가공과 가열로 간단하게 조리할수록 집밥이 더 쉬워지고, 맛있어지고 간편해져요. 집밥 요리 너무 겁내지 마세요.”

애호박요리

“ 요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식재료를 최소한으로 건들수록
더 맛있는 요리가 완성된다는 것이었어요.”

영양소 말고 음식을 드세요

‘집밥’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영양소’라는 덫에 걸리곤 한다. 집밥이니까 바깥에서 파는 음식보다 영양소를 골고루 갖춰야 하고, 서로 상충되는 재료는 없는지 살펴야 하며, 무조건 건강해야 한다는 덫 말이다. 그렇지 않을 거면 집밥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다가 어느 날 폭주해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먹으며 죄책감을 느낀다. 노진주 씨는 이런 덫에 걸려 버둥거리는 사람들이 상처 입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는 답을 알려 주었다.

“영양소 말고 음식을 드세요. 건강하게 먹자고 외치는 저이지만, 100% 완벽한 식사를 꾸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칼로리, 탄수화물 비중 등 갖가지 정보에 집착하다 보면 먹는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행위인지,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받은 행위인지 놓치게 되더라고요. 그러한 집착이 스트레스가 되어 음식에 대한 강박증이 생기는 경우도 보았어요. 건강한 식사는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해요. 내 몸에 음식을 즐겁게 채운다는 마음으로 식사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영양소 말고 음식’이라는 말을 듣고 집밥 만들기에 대한 부담감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초보자들에게 첫걸음을 떼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무엇부터 해보면 좋을까? 작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는 게 노진주 씨의 조언이다. 그 예가 마트를 둘러보는 것이다.

“파머스 마켓 같은 홀푸드를 파는 마켓이면 더 좋아요. 계절이 바뀌면서 어떠한 식재료가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내가 먹는 것 하나 하나에 애정과 관심이 생기거든요. 한 번에 ‘완벽하게 잘 해보겠어!’라는 마음보다는 작은 것에서부터 점점 확장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인 듯해요.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요.”

그야말로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 나를 사랑한다면 이제는 아무거나 먹는 게 아니라 좋은 것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좋은 것이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값비싼 음식을 뜻하는 건 아니다. 특별한 재료는 아니더라도, 간편하고 소박하더라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좋아하는 사람과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먹는 집밥. 이것이 바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여유다. 길지 않은 식사 시간이지만 오늘의 고단함을 버티고 내일을 살아가게 해주는 든든한 힘이기도 하다. 적어도 한 끼의 식사를 위해서라도 부엌에 들어가야 할 명백한 이유가 생겼다.

노진주씨

“ 운동해라, 명상해라, 채식해라 등 건강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하죠.
하지만 아무도 부엌에서 요리를 직접 더 많이 하라고 말하지는 않는 듯해요.
하지만 저는 부엌에 더 많이 설수록 더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Recipe.

지중해 샐러드

지중해 샐러드

재료
오이 1/2개, 방울토마토 7개, 적양파 1/6개,
국산 non-gmo 옥수수 병조림 1/4컵, 블랙올리브 1/4컵,
익힌 병아리콩 1/2컵, 잎채소 1줌

발사믹 비니그레트 드레싱
올리브오일 1/3컵(80ml), 발사믹식초 30ml,
홀그레인머스터드 1/3작은술, 소금과 후추

오이와 방울토마토, 잎채소를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제거한다.

오이는 큐브 모양으로 깍둑썰기하고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자른다. 적양파는 가늘게 채 썰고 올리브는 4등분으로 얇게 썬다.

깨끗하게 세척한 유리병에 드레싱-오이-방울토마토-적양파-병아리콩-올리브-잎채소 순으로 차곡차곡 쌓아 넣어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