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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8호

진천농다리 배경
주말의 여유는 사북신협과 함께
진천에서 124번째 마지막 길을 걷다
진천농다리
CU 핫플레이스
글. 양지예 사진. 김지원
4년, 172회, 3000km의 대장정
사북신협 한둘회의 찬란한 여정

예로부터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서는 진천 땅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 땅이 좋다’는 뜻이다.
얼마나 살기 좋은 지역이면 이 같은 옛말이 생겼을까.
도심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공기 좋고 물 좋은 진천 둘레길을 함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4년 동안 매주 전국 둘레길을 걸으며 신협을 홍보했던
사북신협 조합원들이 마지막 여정지로 충청북도 진천을 선택했다.

신협끈
신협끈을 묶는 사람들
사북신협 조합원들의 전국 둘레길 종주

한여름 햇볕을 받아 뜨거운 열기를 품은 흙길에 한바탕 시원한 비가 흩뿌려 제법 선선한 기운이 올라온다. 녹음 가득한 풀들은 비를 흠뻑 맞고 향기로운 풀내음을 내뿜는다. 비가 와서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걷는 걸음걸음이 경쾌하다. 지난 4년간 매주 한결같이 전국을 누볐던 사북신협 조합원들이 진천에 모였다.

“저희 모임은 사북신협 조합원들의 전국 둘레길 걷기 모임으로 ‘한둘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둘회는 말 그대로 한국 둘레길 종주회라는 뜻이지요. 지금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둘레길을 걸었고 오늘이 그 마지막 여정입니다.” 송계호 사북신협 이사장이 모임을 소개했다.

사북신협 조합원들이 세찬 빗방울이 내리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걸음을 멈출 수 없는 것은 한둘회가 단순한 친목 모임을 넘어 무척 뜻깊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둘회의 첫 번째 여정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20년 12월 12일 코로나19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당시 전례 없던 코로나19 사태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었고 순식간에 지역사회를 마비시켰다. 생활권역이 협소하고 강원랜드의 의존성이 매우 높은 사북지역의 특성상 강원랜드의 폐장은 곧 지역상권의 폐점을 의미했다.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지역사회는 활력을 잃었고 지역주민이 곧 조합원인 사북신협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송계호 사북신협 이사장은 ‘해파랑길 대종주’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한국 신협 60주년 기념 및 코로나 극복을 위한 해파랑길 대종주’! 코로나19로 침울해진 조합원 및 지역주민들과 넓고 푸르른 바닷길을 걸으며 활력을 되찾고 때마침 60주년을 맞은 신협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된 종주였다. 2020년 12월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한 종주는 47회의 일정간 장장 770km를 걷고 2021년 12월 부산 오륙도에서 마무리되었다.

걷기의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조합원 개인에게는 건강수행 프로젝트로, 조합 구성원에게는 인적 네트워크강화 프로그램으로, 조합 외부로는 신협 정체성 확인과 신협 및 신협 상품홍보 프로젝트로 작동되는 의도치 않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사명이 생겼다. 보람도 있었다. 조합원들은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걷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조합원들끼리 ‘한둘회’라는 이름도 지었다. 회원들의 나이는 40대부터 70대까지 세대를 아울렀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만들어 놓은 전국 둘레길을 걷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지난 3년간 매주 토요일 조합원들이 전국 123개의 둘레길을 걸었고 오늘이 124번째 마지막 여정이 되었다.

종주중인 사람들

지금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둘레길을 걸었고
오늘이 그 여정의 마지막입니다.

여름비를 맞으며 생거진천 둘레길을 걷다

이른 아침부터 사북에서 출발한 버스가 충북 진천에 다다랐다. 사북신협 송계호 이사장과 조합원 20명이 빨간색 파란색 신협 홍보 깃발을 들고 진천 농다리 앞에 모였다. 오락가락하는 비로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채였다. 궂은 날씨지만 조합원들의 얼굴은 밝기만 하다. 탁 트인 세금천(洗錦川) 아래로 인공폭포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그 옆에 길게 늘어진 농다리 위로 이편에서 저편으로 건너가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즐비하다.

오늘도 파이팅을 외친 조합원들은 농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진천 둘레길 여정을 시작했다. 널찍한 돌다리라 안전하지만 비 때문에 거세진 유속으로 강물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보자니 덜컥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사북신협 조합원들은 돌다리 반대편에서 건너오는 시민들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걷는 걸음걸음마다 마주치는 시민들에게 신협을 홍보하는 것이 종주길의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초평호미르309

오늘도 파이팅을 외친 조합원들은
농다리를 건너는 것으로 진천 둘레길 여정을 시작했다.

일렬종대
초평호미르309

100m가 채 안 되는 세금천 농다리를 건넌 조합원들은 일렬종대로 진천 둘레길 미르숲으로 들어섰다. 둘레길 초입에는 생거진천의 유래가 쓰여 있다. 진천은 예로부터 물이 많고 평야가 넓으며 토지가 비옥하고 풍수해가 없어 농사가 잘 되는 지역이다. 자연이 주는 넉넉함 덕분일까. 지역 인심이 후덕하여 생거진천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기운이 좋다 하니 기분까지 들뜬다. 경사진 오르막길을 쉬지 않고 걷다가 잠시 멈춰 서서 싱그러운 초록의 기운을 들이마신다. 이름 모를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생명력 강한 풀들의 싱그러운 향기를 맡으며 얼마나 걸었을까. 아름다운 초평호가 눈앞에 펼쳐졌다. 가슴까지 탁 트이는 듯 시원하다. 용이 한반도를 등에 업고 여의주를 찾아 승천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는 초평호의 기운을 받아 지쳤던 발걸음에 힘이 더해진다.

빗물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씻겨주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간다. 조합원들은 걷다가 잠시 멈춰 서서 나뭇가지 끝자락에 신협을 홍보하는 리본을 달고 신협공제와 신협보험을 아로새긴 깃발을 휘날리며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진천을 찾은 수많은 시민이 사북신협 조합원들을 보며 파이팅을 외쳤다. 조합원들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4년간 신협을 홍보하며 걸었던 한둘회의 마지막 종주

아름다운 숲길을 걷다 보니 둘레길의 마지막 지점인 하늘다리 ‘초평호미르309’가 나타났다. 지난 4월 개통된 전국 최장 거리의 출렁다리로 길이가 309m에 이른다. 저 멀리 도착 지점이 구름에 가려 흐릿하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발밑이 미끈거린다. 바람 때문일까. 유난히 흔들거리는 출렁다리가 조합원들의 가슴까지 꿀렁꿀렁 요동치게 만든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아름다운 풍경에 사로잡혀 곧 두려움이 사라진다. 출렁거리는 다리 밑으로 너른 초평호가 끝없이 펼쳐지고 저 멀리 푸르른 산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조합원들은 무섭다며 철제 난간을 붙들고 오는 시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웃으며 인사한다. 인사를 받은 시민들도 조합원들이 들고 있는 깃발을 보며 ‘신협 파이팅’으로 화답한다. 무사히 출렁다리를 건너온 조합원들은 다시 농다리를 건너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비가 잦아들었다.

이제 좀 그쳤나 싶다가도 비가 다시 세차게 내리치지만 마주하는 얼굴마다 반갑기만 한다. 조합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를 독려하며 걸음을 옮긴다. 늘 좋을 수만은 없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비 좀 맞으면 어떠랴. 싱그러운 여름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모두 추억이 될 것이다. 주말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며 친목도 다지고 자연 경치를 즐기며 신협을 홍보했던 한둘회의 여정이 또다시 시작되길 기대한다.

단체사진

늘 좋을 수만은 없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비 좀 맞으면 어떠랴.
싱그러운 여름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모두 추억이 될 것이다.

최영우 조합원
최영우 조합원

4년 전에 결성해서 꾸준히 활동을 했었는데요. 신협의 깃발을 들고 추울 때나 더울 때나 토요일마다 걸었습니다. 그 덕분에 사람도 많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다 보니, 몸도 마음도 제 일상도 건강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어요. 앞으로 계속해서 한둘회 활동을 이어갈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최월선 조합원
최월선 조합원

4년 동안 빠지지 않고 둘레길 걷기에 참여했어요. 에피소드도 참 많아요. 길을 잘못 들어 군사지역에 들어가 검문을 받기도 하고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 종주길에 지역 주민이 딱했는지 집에 들어오라고 해서 커피를 얻어먹은 적도 있어요. 전국을 다니면서 시민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신협을 홍보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보람 있었습니다.

구세진 조합원
구세진 조합원

저는 진폐환자이기도 한데요. 이렇게 매주 공기 좋은 곳에 나와 걷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 항상 동참했어요. 건강에 좋고 조합원들과 친목도 다지고 무엇보다 신협을 전국에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 너무 더워서 해가 쨍쨍하면 힘들 수 있는데 비가 와서 오히려 축복인 것 같아요.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